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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2008년 2월에 애들에게 알려줄 목적으로 작성한 글을 블로그 통합 목적으로 옮겨왔습니다.


아마도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읽고, 도서로 출판된 숫자로도 가장 많은 것이 그리스 신화가 아닐까 싶다. 내가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그리스 신화"로 검색해 보니 국내도서 509권, 외국도서 5권이 나왔고, Yes24에서는 국내도서 431권, 외국도서 13권이 검색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책이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그리스 신화를 읽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내가 그리스 신화를 접한 것은 대학교때다. 전남 함평(지금은 나비축제로 유명하지만 내가 대학 다닐 당시 만난 사람중 함평을 아는 서울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는 광주에서 다녔지만 당시에는 그리스 신화가 뭔지를 몰랐다. 대학때 다른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처음으로 그리스 신화를 읽었다. 내가 처음 읽는 느낌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읽는 느낌과 상당히 달랐다. 우선 신들이 너무 많은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 생경한 이름은 머리를 아프게 했으며, 신인지 인간인지 구분되지 않는 그 행위들은 나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최근 세계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시 그리스 신화를 접하게 되었다. 세계사 특히 서양사를 이해하려면 그리스로마 문화와 기독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여러 번 언급을 했다. 당연히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신화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유명한 신들의 이름과 역할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신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제 관심이 그리스 사람들은 왜 이런 신들을 만들었을까로 바뀌었다.


우선 그리스 신들을 만든 그리스 인들을 살펴보자. 우선 그리스 인들은 그리스 신화가 유행할 당시 민주정을 할만큼 자유로운 사고를 했고, 예술분야(문학, 그림, 조각 등)의 황금기를 구축했고, 올림픽을 시작할 만큼 깨여 있는 집단이었다. 민주정을 했다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와 인격을 존중했다는 것이고, 그들이 만든 조각상은 인체의 아름다움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으면, 이런 미적 감각은 알렉산드로스를 통해 인도에 전해져 아름다운 불상이 나오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만큼 많은 영향력을 지녔다. 올림픽을 4년마다 개최했다는 것은 자신을 개발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 인들은 인간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그리스인들이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없었고, 특히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더더욱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과 인간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모형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화학물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화학식을 만든 것처럼. 그래서 신들은 불멸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보다 훨씬 인간적인 신을 창조해 낸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신들은 선악을 따지기 보다는 복수에 더 관심이 많고, 사랑을 베풀기보다는 저주를 퍼붓는데 익숙하며, 정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리스의 신들이 현대 종교가 말하는 신과 전혀 다른 것이냐라고 한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선 교만해지는 인간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게 그 오만의 씨를 자른다는 교훈을 주며, 죄를 지으면 대를 잊어가면 그 죗값을 치루어여 한다는 교훈을 준다. 신보다 아름답다고 떠들다 밤하늘에 별이 된 카시오페이아, 신보다 길쌈을 잘 한다고 떠들다 거미로 변신한 아라크네, 자식이 많다고 자랑하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 모든 자식을 잃은 니오베, 이 밖에도 시쉬포스, 탄탈로스, 이카로스 등 오만한 인간에게 신이 어떤 벌을 내리는지 잘 알려준다. 또 죄를 지었을 때 당사자가 그 화를 피할 수는 있어도 후손들이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운명으로 보여준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 되는데, 이것은 오이디푸스 아버지의 죄를 그 아들이 받았다는 응과응보를 말해 준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인들의 상상력만으로 만들었을까? 당시 그리스의 주변 국가중에는 그리스보다 훨씬 문명화된 사회들이 있었다. 지중해 건너편의 이집트와 소아시아 지역에는 그리스보다 천년을 앞서는 문명국을 이루고 있었고, 모두 다신교 사회였다. 그리고 그리스의 많은 선각자들은 이집트와 중동지역를 방문하여 다양한 문물을 수용했다. 당연히 이곳의 신들의 이야기도 듣게 되었을 것이고, 이 신들을 자기 맛에 맞게 바꾸는 것은 약간의 창의성만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디오니소스가 인간으로 태어나 죽었다가 제우스를 통해 부활하여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집트의 오시리스 이야기를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의 창의력은 원본을 훨씬 능가하는 멋진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던 이집트의 신과 메소포타미아의 갈과메시 서사시에 등장하는 많은 신들은 그리스 신들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멋진 상상력이 더 해진 결과가 그리스 신화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런 그리스 인들의 상상력은 세계사는 물론이고, 모든 문학작품과 영화, 예술 등 우리 생활 저변에 속속들이 연관되어 3000년을 지속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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